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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천 트루엔 대표 "美 B2B 시큐리티 시장서 기회 모색"

2023-08-23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말로 어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재주가 있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역할이 더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에게 성공 요인을 물으면 대부분 운칠기삼의 의미를 곱씹으며 겸손의 자세를 보이곤 한다.

AI(인공지능) 영상 보안 분야에서 조용하지만 꾸준하고 알찬 성장을 거듭해온 트루엔의 안재천 대표(사진)도 이 같은 인물 중 하나다.

물론 1995년 창업 후 2023년 코스닥 상장까지의 20년 가까이 운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두 세번의 운을 기회 삼아 새로운 변화를 내다봤고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현재의 사업을 새로운 기회와 연결시키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산업의 흐름의 맥을 빠르게 짚고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지능형 영상 감시 솔루션을 전 세계로 넓혀 '엣지(Edge)' AI 산업을 선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5월 코스닥 상장 성공, 지능형 IP카메라 수요 확대 분기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만난 안재천 트루엔 대표는 "AI가 화두로 떠오른 후 한동안은 이 기술이 개발이 강화되고 성능은 좋아지는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이제는 우리 사회 그리고 고객들의 AI 활용법에 대한 방향이 잡히면서 AI 관련 구체적인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트루엔은 융합 영상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폐쇄(CC)회로 IP 카메라로 경쟁력을 쌓은 트루엔은 AI 기술을 융합하며 지능형 영상 감시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기업부설 연구소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며 엣지 AI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고 코스닥 상장 후 제품 출시를 마쳤다. 엣지 AI를 도입한 카메라는 영상 정보를 기존 서버에 보내 분석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다. 엣지 AI카메라는 보이는 사람, 사물 등을 바로 분석해 판단한다. 인터넷과 연결된 일반 IP 카메라의 경우 별도의 AI 서버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

안 대표는 "기존에 IP 카메라에도 AI 기능을 넣었기 때문에 기존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엣지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새로 구매하는 고객들은 엣지 AI 기술이 들어간 카메라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불안한 일이 많이 발생하면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니즈가 생기며 관련 기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AI 카메라가 단순히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용도로 활용이 됐다면 지금은 이 기술을 활용할 상황과 지역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니즈가 생기며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엣지 AI 카메라는 스스로 사고해 비상상황에 대한 능동적,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상한 인물이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 부근에서 배회하면 이 사람을 인지하고 행동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트루엔 IR북 발췌

최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트루엔의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때 시간외매매 거래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도 반응을 했다.

안 대표는 "주요 고객처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사회적 이슈가 생겼고 바로 영업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며 "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로 AI 카메라가 필요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AI 분야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사업이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성장 발판 글로벌 타깃팅, 미·중 무역분쟁 기회로 활용

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가 스마트도시를 추진하고 있어 물리 보안 시장이 확대될 요인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 스마트도시의 핵심 인프라 구축에 있어 지능형 카메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트루엔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맞춰 사업에서 기회를 찾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곳이다. 2005년 광주 지하철 1호선 개통당시 'MPEG2 비디오서버' 관련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방향을 구체화시켰다. 당시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이 큰 만큼 인명 사고 방지를 위해 기관사가 플랫폼 영상을 보면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첫 수주를 계기로 2007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공공기관 위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람이 상주할 수 없는 위험하거나 외진 지역의 시설물 감시 등의 사업에 IP카메라 제품을 공급했다. 시설물이 아닌 방범용으로 IP카메라가 활용되며 본격적으로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계기는 2000년대 초 강남 지역에서 도시 방범 관련 시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이 사업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며 영상 보안 시장도 커졌다. 방범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트루엔은 기술 개발을 추진해 제품을 고도화시키며 시장 확대에 따른 과실을 누렸다.

안 대표는 "도시 방범 사업을 시작한 후 네트워크가 뒷받침 되지 않아 바로 시장이 확대되진 않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술을 준비하며 IP 카메라를 만들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운이 따라줬지만 이후에는 사업을 하면서 기술과 사업의 흐름을 보는 눈이 생기며 이제는 미래 흐름을 준비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영상 보안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중국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한국과 대만이다.

안 대표는 "중국이 전체 시큐리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는데 제재를 받으며 미국 시장에 중국 제품이 들어가지 못해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며 "아마존을 통한 홈카메라뿐 아니라 B2B 분야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미국 LA에 현지 법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왔다"며 "제 세대에는 대한민국은 좁기 때문에 글로벌로 가야한다고 배운만큼 해외에서 유의미한 비즈니스를 추진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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